9~10주차 · 토론토학파
PART 4. 매체는 환경이다 · 9~10주차 물질성

무엇을 말하느냐보다
무엇으로 말하느냐가 세계를 바꿈

토론토 커뮤니케이션학파 — 이니스 · 옹 · 맥루언

00이 주차의 위상

이 주차는 후반부 전체의 설계도.

여는 질문 — 같은 내용을 다섯 가지로 보내면
  • ① 손편지 ② 이메일 ③ 메신저 ④ 음성메시지 ⑤ AI에게 대신 쓰게 한 메시지
  • 내용은 같은데, 같은 것인가. → 맥루언의 물음.
  • 어느 것이 100년 뒤에도 남아 있겠는가. → 이니스의 물음.
왜 '학파'인가
  • 토론토 대학 맥루언 문화기술연구소를 중심으로 함. 이니스 → 맥루언 → 데 케르코베.
  • 세 사람은 공통 전제를 가짐 — 매체는 내용을 나르는 통로가 아니라 문명의 형태를 결정하는 환경임.

01오늘 만날 개념

매체결정주의media determinism
어떤 매체를 쓰느냐가 사고방식·사회구조를 결정한다는 입장임. 강한 주장이라 논란도 많음. 오늘 비판도 함께 다룸.
시간 편향 · 공간 편향time-bias / space-bias
이니스의 구별. 오래 가는 매체와 멀리 가는 매체임.
구술성 · 문자성orality / literacy
말 중심 문화와 글 중심 문화임. 월터 옹의 구별.
2차 구술성secondary orality
라디오·TV 시대에 되살아난 구술성임. 단, 의도적·전략적이라는 점이 원래 구술성과 다름.
정세도definition
맥루언 용어. 매체가 제공하는 데이터의 밀도임. 해상도와 비슷함.
핫 · 쿨 미디어hot / cool media
핫은 정세도 높고 참여도 낮음. 쿨은 정세도 낮고 참여도 높음.
외파 · 내파explosion / implosion
밖으로 터짐과 안으로 오므라듦임.
테트라드tetrad
맥루언의 네 물음 — 강화 · 퇴화 · 부활 · 반전임.
모자이크식 사유mosaic thinking
선형적으로 이어가지 않고 조각들을 병치해 전체 형태를 보게 하는 사유임.
게슈탈트Gestalt
형태·전체. 부분의 합이 아니라 전체가 먼저 지각된다는 심리학임.

02시간 편향과 공간 편향

해롤드 이니스
해롤드 이니스(Harold Adams Innis, 1894~1952). 『제국과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의 편향성』. 경제사가에서 출발해 매체사로 간 사람.
University of Toronto Archives · Public domain
매체 이용이 지식의 성격, 전파 양식, 인식 방식,
사회 조직, 문화 형성
에 영향을 미침.
이니스의 매체결정주의(media determinism).
시간 편향적 매체 time-bias
오래 가지만 못 움직임
  • 예 — 암벽(이집트 오벨리스크), 양피지(중세 유럽)
  • 문명 성격 — 전통적 · 보수적 · 종교적 · 정신적
공간 편향적 매체 space-bias
멀리 가지만 안 남음
  • 예 — 파피루스(로마), 인쇄된 종이(근대 유럽), 전자매체(현대)
  • 문명 성격 — 개혁적 · 제국주의적 · 물리적 · 제도적
룩소르 신전의 오벨리스크 고대 파피루스 문서
왼쪽 — 룩소르 신전의 오벨리스크. 오른쪽 — 파피루스 문서.
같은 '기록'인데 하나는 3,000년을 버티고 하나는 제국 전체를 돌아다님. 가볍고 싸서 멀리 갔고, 가볍고 싸서 삭았음.
오벨리스크: Diego Delso · CC BY-SA 4.0 · Commons  /  파피루스: 고대 파피루스 문서 · Public domain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 돌에 새긴 비문은 3,000년 갔음. 그런데 옮길 수 없음.
  • 종이 신문은 하루 만에 전국에 갔음. 그런데 1년이면 삭음.
  • 짧은 게시글은 1초 만에 지구를 돎. 그런데 서버가 닫히면 전부 사라짐.
  • → 매체는 시간과 공간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선택이 문명의 성격이 됨.

03문명사와 후반부 설계도

핵심은 하나임 — 그 문명이 쓴 매체의 성질과, 그 문명이 중시한 가치가 서로 닮아감.

문명대표 매체편향문화적 · 사회적 특성권력 구조와 결과
고대 이집트
BC3000~BC1000
석재·상형문자, 초기 파피루스시간
time-bias
나일강의 주기적 범람에 의존하는 농경생활. 영속적 왕권, 내세·영생·종교적 질서 중시왕권·사제의 지식 독점과 전통 유지. 파피루스 확산으로 행정·영토 통제가 강화되며 권력구조 변화
고대 로마
BC27~AD476
파피루스·문서·도로·우편공간
space-bias
영토 확장과 군사적 정복. 법률·행정의 표준화, 광대한 지역의 통합 중시황제·관료 중심의 중앙집권 제국 통치. 이후 기독교·양피지 중심의 시간 지향 질서가 확대
중세 서유럽
5~15C
양피지·필사본·구술 전통시간신 중심 세계관. 영원한 진리와 구원, 관습과 전통의 지속 중시교회·수도원의 지식 독점과 종교적 권위 강화. 이후 종이·인쇄술 확산이 그 독점에 도전
근대 서구
15~19C
종이·활판인쇄·신문공간 강화지식의 확산, 상업·무역 확대, 과학과 진보, 국민국가와 영토적 통합 중시출판·상업·국가의 영향력 확대. 종교적 독점은 깨지나 새로운 정보·경제 권력이 등장
현대 서구
20C 전반~
전신·전화·라디오·신문공간 심화속도·효율·실시간 정보와 현재의 사건 중시. 역사적 기억과 장기적 사고의 상대적 약화대규모 언론·통신조직과 정보권력 집중. 현재 중심주의와 시간·공간의 불균형 심화
디지털 사회
20C 후반~현재
인터넷·SNS·생성형 AI공간 편향 +
시간적 저장
초연결·즉시성·개인화와 동시에 대규모 디지털 기록·축적플랫폼의 정보 유통·선별 권력 확대. 새로운 지식 독점의 가능성 — 이니스 이론의 현대적 확장
이집트로 읽어보면 — 매체의 성질과 문명의 성질이 닮음
  • 자연이 반복됨 — 나일강은 해마다 같은 때 범람함.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오는 것으로 경험됨.
  • 왕권이 영속함 — 파라오는 죽지 않고 '건너감'. 왕조의 정당성은 새로움이 아니라 오래됨에서 나옴.
  • 가치가 내세에 있음 — 미라와 피라미드. 국가의 자원이 죽음 이후를 위한 건축에 투입됨.
  • 그래서 매체도 같은 성질을 가짐 — 돌에 새긴 상형문자. 움직이지 않고 썩지 않음.

영속을 믿는 문명이 영속하는 매체를 썼고, 영속하는 매체가 그 믿음을 다시 굳혔음. 이것이 '편향'이 문명의 성격이 된다는 말의 뜻임.

단, 한 문명이 한 편향만 갖지는 않음
  • 이집트도 파피루스를 썼음. 가볍고 싼 이 매체 덕에 행정 문서가 상류로 하류로 오갔고, 관료제와 영토 통제가 강해졌음.
  • 즉 같은 문명 안에서 돌(시간)과 파피루스(공간)가 함께 작동했고, 그 비중이 바뀌자 권력구조도 바뀌었음.
  • → 이니스의 관심은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가이지 "하나만 썼다"가 아님. 12절 오해 3(매체결정주의)과 함께 읽을 것.
활판 인쇄된 성경 지면
활판으로 인쇄된 성경. 양피지 필사본은 한 권에 수개월, 수도원 바깥으로 나가지 못했음 — 시간 편향. 인쇄된 성경은 수천 부가 몇 달 만에 유럽 전역으로 퍼짐 — 공간 편향. 교회의 지식 독점을 깬 것은 새 교리가 아니라 새 매체였음.
16세기 인쇄 성경 지면 · Public domain

이니스의 테제 셋

  1. 매체 편향이 심화되면 문명이 몰락함 로마는 기독교 문명에 의해, 중세 유럽은 르네상스·계몽주의로.
  2. 매체 균형의 사례 — 고대 그리스 연설(토론)과 알파벳을 적절히 함께 썼음. 대화가 문자로 인한 지식 독점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수호했음. 이후 문자 편향으로 쇠락함 — 소크라테스(쓰지 않음) → 플라톤(대화편) → 아리스토텔레스(논문).
  3. 현대 서구 문명 기계화·상업화된 매체는 대부분 공간 편향적임. 시간성 회복이 필요함.

04구술성과 문자성 orality / literacy

월터 옹
월터 옹(Walter Jackson Ong, 1912~2003).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예수회 사제이자 영문학자.
Saint Louis University · 교육 목적 인용

매체 형식이 커뮤니케이션에 깊이 내재되어 인간의 사고방식과 문화 형성에 영향을 미침.

차원구술성(Orality)문자성(Literacy)
시간구어는 지금-여기의 경험을 전달함(현전성). 삶의 개별 상황을 담음쓰기는 시공간적 발화 상황과 맥락에서 분리됨
기억기억할 수 있는 것만 전달됨. 집단 구전 형식장기 보존과 기억이 가능함
참여다수의 참여와 집단적 수용생산자/수용자가 나뉨. 저자의 배타적 완결과 독자의 개인적 수용
이야기를 들려주는 노인과 둘러앉은 아이들, 그리고 혼자 책을 읽는 아이
위 — 여럿이 둘러앉아 듣는 이야기. 아래 — 혼자 눈으로 읽는 책. 같은 이야기라도 듣는 자리와 읽는 자리는 다른 사람을 만듦 — 앞은 집단적·참여적, 뒤는 개인적·분석적.
교육 목적 인용
왜 구전 이야기에는 "옛날 옛적에"가 있고 반복이 많은가

외워야 하기 때문임. 정형구, 리듬, 반복은 기억 장치임. 글로 쓸 수 있게 되자 그 장치들이 사라졌음. 매체가 이야기의 형식을 정한 것임.

출판된 콩쥐팥쥐전 책표지와 구전 원작판 콩쥐팥쥐 영상
왼쪽 — 어린이용으로 출판된 『콩쥐팥쥐전』. 오른쪽 — 구전 원작을 다룬 영상.
교육 목적 인용
같은 콩쥐팥쥐, 두 개의 결말
  • 구전판 — 콩쥐가 연못에 빠져 죽고 꽃·구슬로 되살아남. 팥쥐는 처형되어 젓갈이 되어 그 어미에게 보내짐.
  • 출판된 아동용 — 죽음과 복수가 삭제됨. 혼인과 용서로 끝남.
  • → 내용이 바뀐 것이 아니라 매체가 바뀐 것임. 구전은 청중 반응에 맞춰 과장되고 변주되지만, 인쇄는 저자가 한 판본으로 완결하고 교육 목적에 맞춰 순화됨.
  • → 아래 표의 참여적/객관적, 반복적/시간적, 감정적/이성적이 이 한 사례에 다 들어 있음.

옹의 대조표

차원구술성문자성
감각청각적시각적
상황즉흥적계획적
참여적객관적
내용주제 부가적 삽화 나열주제 종속적 인과적 서술
반복적시간적
집합적분석적
사고방식감정적이성적
개별상황적추상적
보수적 항상성개혁적

052차 구술성 secondary orality

  • 라디오와 TV 등 전자 매체의 등장이 배경임.
  • 인쇄문화의 시각성에서 벗어나 이전의 구술성과 청각문화를 복원함.
  • 단, 자연스럽지 않은 의도적·전략적 구술성임. 대중을 의식함.
  • 관계주의적 시각 — 인쇄와 전자매체의 상호관계 속에서 매체 문화가 진화함.
2차 구술성의 사례

영상 창작자가 "여러분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구술임. 그런데 대본이 있음. 즉흥처럼 들리도록 계획된 즉흥임. 이것이 옹이 말한 "의도적·전략적"임.

스스로 물어볼 것 — 챗봇 대화는 구술성인가 문자성인가
옹의 대조 항목챗봇 대화에 적용하면
청각적 / 시각적텍스트지만 음성 모드도 있음
즉흥적 / 계획적즉각 답함. 그런데 즉흥인가 계산인가
참여적 / 객관적나 혼자 하는데 '대화'라 부름
반복적 / 시간적맥락 창이 있음. 그런데 창을 닫으면 사라짐
감정적 / 이성적공감하는 말을 함. 그런데 감정이 있는가
보수적 / 개혁적학습 데이터는 과거임. 항상성인가

어느 칸에도 깔끔하게 들어가지 않음. 그렇다면 3차 구술성이 필요한가, 완전히 다른 범주가 필요한가.

06미디어는 메시지다 the medium is the message

마셜 맥루언
마셜 맥루언(Herbert Marshall McLuhan, 1911~1980). 『구텐베르크 은하계』, 『미디어의 이해』. 문학비평가이자 문명예언자.
Josephine Smith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유명 테제 여섯

  •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extensions of man)임.
  • 미디어는 메시지(message)임.
  • 미디어는 마사지(massage)임.
  • 핫 미디어와 쿨 미디어.
  • 외파와 내파.
  • 지구촌(global village).

역사의 네 단계

구술 부족문화
말
→
필사문화
문자
→
구텐베르크 문화 → 전기매체
인쇄술, 그리고 그 이후
  • 전기매체 문화의 성격 — 탈문자적(전보에서 전화로, 말 소통의 대중화), 공감각적(시각 중심의 폐쇄적 감각체계는 균질성과 획일성을 낳음), 지구촌.
형식이 내용보다 중요함
  • 미디어는 메시지임. 형식이 내용을 규정함.
  • message through media → message in media
  • 내용 중심의 매체 연구는 매체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됨.
  • 매체의 이데올로기적·문화적 함의를 외면하게 만듦.
전구로 설명하면

전구의 '내용'은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음. 전구는 아무 메시지도 전하지 않음. 그런데 전구는 밤을 없애고, 야간 노동을 만들고, 도시의 시간표를 바꿨음. 내용이 없는데도 세계를 바꿨음. 그래서 미디어가 메시지임.

사례 — "생일 축하해" 한 마디를 다섯 매체로 보내면
매체무엇이 달라지는가받는 사람이 실제로 받는 것
말"축하해"즉시성·현전. 말하는 순간 사라짐목소리와 표정. 증거는 남지 않음
쪽지 · 편지시간을 들인 흔적이 남음. 보관 가능"이 사람이 나를 위해 앉아 있었다"
케이크 위 메시지의례적. 먹으면 사라짐. 그 자리 사람들과 공유함께 있는 사람들 앞에서의 인정
플래카드공개적·비가역. 제3자가 증인이 됨"모르는 사람들도 알게 됐다"는 사건
전광판 광고비용 자체가 메시지. 익명 다수에게 노출애정이 아니라 규모가 먼저 읽힘

내용은 다섯 번 모두 "생일 축하해"임. 그런데 받는 사람의 감정은 전부 다름. 다른 것은 매체뿐임. 매체가 바꾸는 것은 넷 — 얼마나 오래 남는가 · 누구까지 보는가 · 얼마나 들었는가 · 되돌릴 수 있는가. 앞의 둘이 곧 이니스의 시간 편향과 공간 편향임.

하나 더 — 철도

철도가 나른 것은 사람과 화물임. 그런데 철도가 바꾼 것은 표준시간임. 기차 시간표를 맞추려고 인류는 처음으로 시간을 통일했음. 화물 목록(내용)이 아니라 철도라는 형식이 시간 개념을 바꿨음.

네 이론가를 비교하면

이론가무엇을 중시하는가
벤야민 4~5주형식·내용 모두 중시. 대량 복제와 비판적 수용, 매체의 정치적 이용
아도르노 6주내용 중심
안더스 7주형식 중심
맥루언 오늘형식이 전부

07핫 미디어와 쿨 미디어 hot / cool media

  • 분류 기준은 정세도(definition, 단일 감각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와 수용 방식(참여도)임.
  • 매체 상황과 사회문화적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상대적 개념임.
핫 미디어
정세도 높음 · 참여도 낮음
  • 사진, 라디오, 영화
쿨 미디어
정세도 낮음 · 참여도 높음
  • 만화, 전화, 텔레비전
쿨 미디어 정세도 낮음 · 참여도 높음 핫 미디어 정세도 높음 · 참여도 낮음 만화 전화 텔레비전 세미나·토론 강의 라디오 사진 영화 정세도 — 단일 감각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 높아짐 수용자 참여도 — 내가 채워 넣어야 하는 정도 높아짐 위치는 맥루언의 예시를 옮긴 것이며, 매체 상황과 사회문화적 조건에 따라 이동함
핫과 쿨은 두 개의 상자가 아니라 하나의 눈금임. 맥루언 자신이 "상대적 개념"이라 한 이유가 여기 있음 — 같은 매체도 누가 어떤 상황에서 쓰느냐에 따라 눈금 위를 움직임.
왜 만화가 쿨인가

만화는 선 몇 개임. 나머지는 독자가 채움. 칸과 칸 사이에 벌어진 일도 독자가 상상함. 반면 영화는 다 보여줌. 채울 것이 없음. 덜 줄수록 더 참여시킴.

외파(explosion)와 내파(implosion)

외부 확산이 극에 달하면 더 이상 밖으로 못 나가고 폭발적 힘이 내부로 향함. 단일 감각의 힘을 극단으로 키우면 다른 감각에 대한 요구가 생겨남 → 인쇄문화의 몰락.

스스로 물어볼 것 — 거대언어모델은 핫인가 쿨인가
기준핫이라는 근거쿨이라는 근거
정세도답이 완성된 문장으로 옴 → 매우 높음답이 틀릴 수 있음 → 검증을 요구함 → 낮음
참여도그냥 읽으면 됨 → 낮음프롬프트를 다듬어야 함 → 높음

결론이 안 남. 그것이 요점임. 맥루언 자신도 "상대적 개념"이라 했음. 그렇다면 무엇에 대해 상대적인가. 사용자 숙련도인가(초보에겐 핫, 숙련자에겐 쿨), 과업 종류인가(요약은 핫, 창작은 쿨). 분류가 흔들린다는 사실 자체가 새 매체의 징후임.

08매체는 감각의 확장 extensions of man

매체무엇의 확장인가
책눈의 확장
자동차 바퀴발의 확장
옷피부의 확장
라디오귀의 확장
전자회로중추신경계의 확장
프로이트와의 비교

프로이트도 기술과 매체를 인간의 부족한 점을 보충하는 장치로 봤음. 맥루언도 인간중심적이지만 프로이트보다 긍정적임 → 결핍 충족보다 능력 강화임.

7주차 안더스와 정면 대질
  • 맥루언 — 미디어는 인간의 확장임.
  • 안더스 — 인간은 자신이 만든 사물의 노예가 됨.
  • 심혜련 — 확장이면서 축소임.
  • 스스로 물어볼 것 — AI는 무엇의 확장인가. 기억인가, 언어인가, 판단인가. "판단의 확장"이라는 말이 성립하는가. 판단을 대신 해주는 것도 확장인가.

전기시대 공감각(Synesthesia)의 활용

  • 시각에서 청각으로 — 구술문화의 청각이 인쇄문화의 시각에 밀렸다가 부활.
  • 공감각 체계와 열린 문화 — 다섯 감각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열린 감각 체계임.
  • 하나의 감각 중심의 편향적 문화를 지양함.
  • 상호작용성이 작가-작품-수용자 관계에도 적용됨.
칸딘스키 즉흥 19
바실리 칸딘스키, 〈즉흥 19(Improvisation 19)〉, 1911, 뮌헨 렌바흐하우스 소장. 칸딘스키는 색과 소리를 함께 사유함 — 맥루언이 말한 공감각의 회화적 사례.
Wassily Kandinsky · Public domain · Wikimedia Commons
어떻게 볼 것인가
  • '즉흥'은 음악 용어임. 칸딘스키는 자기 작품을 셋으로 나눔 — 인상(바깥 자연의 인상) · 즉흥(내면에서 솟아난 것) · 구성(오래 숙고해 지은 것). 이 그림은 둘째에 속함.
  • 무엇을 그렸는지 찾지 말 것. 알아볼 형상을 찾는 순간 그림이 닫힘.
  • 색을 소리로 들어볼 것. 『예술에서의 정신적인 것에 대하여』(1911)에서 그는 색과 악기를 대응시킴 — 노랑은 트럼펫, 짙은 파랑은 오르간, 초록은 바이올린의 차분한 중음.
  • 흐름을 따라갈 것. 파란 인물 군상이 한쪽으로 향하는 움직임이 보임. 형태가 아니라 방향과 울림이 내용임.
  • → 시각만으로 보는 그림이 아니라 여러 감각으로 받는 그림임. 인쇄문화가 밀어낸 청각이 회화 안에서 되살아난 것.

09테트라드 — 네 물음 tetrad

맥루언이 정립한 미디어의 4법칙(Four Laws of Media)을 네 칸으로 구조화한 분석 틀임. 『미디어 법칙』(1988, 아들 에릭 맥루언과 공저, 사후 출간).

기본 주장
  • 인류가 발명한 모든 새로운 미디어·기술(문자·자동차·인터넷 등)이 사회에 도입될 때, 네 가지 효과가 동시에 발생함.
  • 순서가 아님. 1→2→3→4로 진행되는 단계가 아니라 한 사건의 네 측면임.
  • 그래서 네 칸을 다 채워야 분석이 끝남. 한 칸만 보면 찬양이나 비난으로 끝나기 쉬움.
강화 Enhance
무엇을 키우는가
  • 이 매체는 무엇을 강화·확장하는가
퇴화 Obsolesce
무엇을 밀어내는가
  • 무엇을 낡은 것으로 만드는가
부활 Retrieve
무엇을 되살리는가
  • 사라졌던 무엇을 되살리는가
반전 (Reverse) — 가장 어렵고 가장 좋은 칸

극단으로 밀어붙이면 무엇으로 뒤집히는가.

먼저 함께 풀어보는 예
자동차
물음답
강화이동 속도와 범위
퇴화마차, 도보 생활권, 동네
부활기사(騎士)의 개인 이동성 — 말을 타고 혼자 다니던 감각
반전극단으로 밀면 → 교통 체증. 빨라지려고 만든 것이 가장 느린 것이 됨
적용해 보는 예
추천 알고리즘
물음답
강화개인의 취향 발견, 롱테일 접근성
퇴화편성표, 큐레이터, 우연한 마주침, 채널 개념 자체
부활구전(word of mouth). 남들이 뭘 보는지가 다시 중요해짐. 부족적 소속감
반전극단으로 밀면 선택의 소멸. 무한한 선택지가 오히려 선택 불가능으로 뒤집힘. 개인화가 극단화되면 몰개성화 → 7주차 안더스
스스로 적용해 볼 대상

챗봇 · 숏폼 · 번역기 · 화상회의. 반전 칸을 채울 수 있으면 그 매체를 이해한 것임.

10매체-공간적 전회

심혜련(2024) I부 1장 pp.43~66 + II부 3장 2절 pp.213~221 + 4절 pp.230~238.

절요지
I부 1장 매체-공간적 전회매체 논의의 중심이 시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했다는 진단임. 이니스의 두 축과 직결됨
II부 3장 2절 장치의 발전과 지각의 변화장치가 바뀌면 지각이 바뀜. 맥루언의 감각 확장론 갱신
II부 3장 4절 지각의 탈매체화매체가 잘 작동할수록 지각에서 사라짐 — 1주차 부정성의 21세기 판본
사례 — 내비게이션 앱과 공간 지각의 실종
  • 내비를 켜면 길이 사라지고 지시만 남음. "200m 앞 우회전."
  • 매일 다니는 길인데 그 동네 지도를 그리지 못함. 간 적은 있지만 지나간 적은 없음.
  • → 앱이 잘 작동할수록 공간 자체가 지각에서 빠져나감. 매체가 투명해질수록 세계도 함께 얇아짐.

같은 구조의 다른 사례 — 자동 번역 자막(언어의 질감이 사라짐) ·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주변 음향 공간이 사라짐) · 자동문(문이라는 사물이 사라짐).

4절이 오늘의 마무리임
  • 맥루언 — 우리는 매체를 못 봄. 내용만 봄.
  • 심혜련 — 매체가 지각 자체에서 사라짐. 못 보는 정도가 아니라 지각될 자리가 없어짐.
  • 1주차 매체의 부정성 → 오늘 세 번째 변주임.
  • 스스로 물어볼 것 — 내비를 끄면 길이 돌아오는가, 아니면 이미 길을 잃는 능력을 잃었는가.

11게슈탈트와 패턴 인식 Gestalt / pattern recognition

변정수(2025) 4부 2장 「패턴 인식 알고리즘과 게슈탈트 이론」.

게슈탈트(Gestalt)란
  • 독일어로 형태 · 모양 · 짜임새. 영어에 대응어가 없어 그대로 쓰임.
  • 1910년대 베르트하이머 · 쾰러 · 코프카가 세운 지각심리학의 학파 이름이기도 함.
  • 핵심 명제 — "전체는 부분의 합과 다르다." 흔히 "합보다 크다"로 인용되나, 원래 강조점은 크기가 아니라 종류임 — 부분을 아무리 모아도 전체의 성질이 나오지 않음.
  • 따라서 지각의 순서가 뒤집힘 — 조각을 모아 전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먼저 오고 부분은 그 안에서 자리를 얻음.
  • 원리들 — 근접성(proximity) · 유사성(similarity) · 연속성(continuity) · 폐쇄성(closure) · 전경-배경(figure-ground).
파이 현상 — 영화가 가능한 이유

베르트하이머가 1912년에 보고한 것. 두 불빛을 적절한 간격으로 번갈아 켜면 정지한 두 점이 아니라 하나가 움직이는 것으로 보임. 실제로 움직인 것은 없음 — 움직임은 지각이 만들어낸 것임. 영화는 이 현상 위에 서 있음. 게슈탈트가 매체이론과 만나는 가장 오래된 지점.

즉석 확인
  • : ) 를 보면 콜론과 괄호를 보지 않고 웃는 얼굴을 봄.
  • 점 세 개를 삼각형 위치에 찍으면 삼각형이 보임. 선은 없는데도 그러함.
  • → 전체가 먼저 옴.

맥루언과의 정확한 겹침 두 가지

  1. 모자이크식 사유 맥루언은 선형적 글쓰기를 거부하고 조각들을 병치했음. 독자가 전체 형태를 스스로 지각하게 하려는 것. 이것이 게슈탈트임.
  2. 정세도 = 데이터 밀도 핫/쿨의 기준이 정보량임. 해상도·특징 밀도로 직접 번역됨.
그런데 기계는 반대 방향으로 감
  • 합성곱 신경망(convolutional neural network)은 국소 특징 → 조합 → 전체 형태로 올라감. 에지 → 질감 → 부분 → 객체.
  • 게슈탈트의 순서와 정반대임. 게슈탈트는 전체가 먼저라고 함.
  • 스스로 물어볼 것 — 그렇다면 기계는 정말 '본다'고 할 수 있는가.
  • 그리고 트랜스포머(transformers)의 어텐션(attention)은 전경-배경 구별의 기계적 구현인가. 맥루언이 매체 분석의 핵심 도구로 쓴 "전경과 배경(figure and ground)" 개념이 여기서 만남.

12정리 · 흔한 오해 · 토론

이번 주 개념 다섯

  1. 시간 편향 / 공간 편향 오래 가는 매체와 멀리 가는 매체. 문명의 성격을 가름.
  2. 구술성 / 문자성 / 2차 구술성 말 문화, 글 문화, 그리고 전자매체가 되살린 의도적 구술성.
  3. 미디어는 메시지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함. 내용 분석은 매체의 본성을 놓침.
  4. 정세도 / 핫·쿨 미디어 데이터 밀도가 높고 참여도가 낮은 것과 그 반대.
  5. 테트라드 강화 · 퇴화 · 부활 · 반전. 매체 분석의 네 물음임.

흔한 오해 셋

오해 1 — "미디어는 메시지다 =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 교정 — 맥루언은 내용이 무의미하다고 하지 않았음.
  • 내용에만 집중하면 매체가 하는 일을 못 본다고 했음.
오해 2 — "핫/쿨은 매체의 고정된 성질"
  • 교정 — 슬라이드가 명시함.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상대적 개념"임.
  • 그래서 거대언어모델 판정이 안 나는 것이 정상임.
오해 3 — "매체결정주의 = 기술이 다 결정한다"
  • 교정 — 이니스·맥루언은 실제로 강한 결정주의로 비판받음.
  • 슬라이드도 "근거와 논리가 부족한 직관"이라고 지적함. 비판을 함께 아는 것이 정직함.

토론 질문

  1. AI와의 대화는 구술성인가 문자성인가.
    옹의 대조표로 챗봇 대화를 분류해 볼 것. 어느 칸에도 안 들어간다면 3차 구술성이 필요한가, 새 범주가 필요한가.
  2. 추천 알고리즘의 테트라드를 완성할 것.
    특히 반전 칸.
  3. "매체가 잘 작동할수록 보이지 않는다"는 "미디어는 메시지"의 21세기 판본인가.
    그렇다면 AI가 완전히 자연스러워지는 날, 우리는 무엇을 잃는가.
  4. 거대언어모델은 핫 미디어인가 쿨 미디어인가.
    판정이 안 된다면 맥루언의 분류가 낡은 것인가, 새 매체의 징후인가.
  5. 맥루언(확장) · 안더스(노예화) · 심혜련(확장과 축소) — 어디에 설 것인가.
    AI는 무엇의 확장인가. 기억인가, 언어인가, 판단인가.
  6. 이니스는 현대가 공간 편향적이며 시간성 회복이 필요하다고 했음.
    AI는 공간 편향을 강화하는가, 뜻밖에 시간 편향적인가. 힌트 — 학습 데이터는 과거임. 모델은 낡아감. 그런데 데이터센터는 공간을 점유함.

13참고자료

이번 주 읽기

  • B 심혜련 (2012). 『20세기의 매체철학』 — 1부 5장
  • C 심혜련 (2024). 『21세기의 매체철학』 — I부 1장 pp.43~66 / II부 3장 2절·4절
  • D 변정수 (2025). 『알고리즘으로 철학하기』 — 4부 2장

원전

  • 마셜 맥루언. 『미디어의 이해』 — 1장 「미디어는 메시지다」와 2장 「핫 미디어와 쿨 미디어」만
  • 해롤드 이니스. 『커뮤니케이션의 편향성』
  • 월터 옹. 『구술문화와 문자문화』 — 3장이 오늘 대조표의 원천임

보조

  • 이동후 (2013). 『미디어 생태이론』. 커뮤니케이션북스
  • McLuhan.org — Media Ecology
  • 영화 〈Annie Hall〉(1977)의 맥루언 카메오 장면 극장 줄에서 자기 이론을 아는 척하는 남자에게 "당신은 내 이론을 하나도 모른다"고 말함

이어지는 주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