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하나가 아님
여러 우주론이 여러 기술을 낳음
00세 축이 만나는 자리
학기의 종착점임. 14주 동안 한 축씩 배웠음. 육후이는 셋을 하나의 물음으로 묶는 유일한 사람임.
재귀성 상징성
기록체계의 자기지시- → 12주차 키틀러
우연성 물질성
우발적 마주침- → 4~5주차 벤야민 · 14주차 비릴리오
코스모테크닉스 연결성
기술과 우주론의 매개- → 13주차 플루서 · 7주차 하이데거
여러 우주론이 여러 기술을 낳음."
- 원전 통독은 필요 없음. 국역 468쪽이고 시몽동·화이트헤드·셸링·사이버네틱스를 전제함.
- 개념 세 개만 확실히 — 재귀성 / 우연성 / 코스모테크닉스. 나머지는 놓아도 됨.
- 읽기 범위는 서론 §1~§3(원서 pp.1~16)임. 여기에 재귀성 정의와 우연성 3유형이 전부 들어 있음.
01오늘 만날 개념
- 재귀성recursivity
- 자기 출력을 다시 입력으로 받아 스스로를 조건 짓는 구조임. 프로그래밍의 재귀보다 훨씬 넓은 개념임.
- 우연성contingency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임. 필연도 아니고 무작위도 아님.
- 코스모테크닉스cosmotechnics
- 육후이의 조어. 기술은 우주론(세계관·윤리)과 분리될 수 없다는 테제임. 한 줄 요약 — "기술은 하나가 아님."
-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 위너의 학문. 피드백으로 스스로를 조절하는 체계에 관한 이론임. 에어컨 온도조절기, 크루즈컨트롤.
- 오토포이에시스autopoiesis · 자기생산
- 마투라나·바렐라. 체계가 스스로를 계속 만들어내며 유지하는 것임. 자동차는 스스로를 못 만들고, 세포는 스스로를 만듦.
- 엔트로피 · 네겐트로피entropy / negentropy
- 무질서로 흩어짐과, 그에 저항해 질서를 만듦임.
- 기관학organology
- 스티글레르 용어. 신체 기관 · 기술 기관 · 사회 기관을 함께 보는 관점임.
- 자기목적auto-finality
- 목적이 미리 정해져 있지 않고 도중에 바뀜. 등결과성과 구별해야 함.
- 기술다양성 · 노오다양성technodiversity / noodiversity
- 기술의 다양성과 사유의 다양성임. 생물다양성에 빗댄 말임.
02육후이라는 사람
그는 재귀나 피드백을 은유로 쓰지 않음. 실제로 구현해 본 사람의 언어로 씀.
| 연도 | 저작 | 무엇을 다루는가 |
|---|---|---|
| 2016 | 『디지털적 대상의 존재에 대하여』 | 디지털 객체의 존재론 |
| 2016 | 『중국에서의 기술에 관한 물음』 | 하이데거 「기술에 대한 물음」에 대한 비서구적 응답 |
| 2019 | 『재귀성과 우연성』 국역 2023 | 오늘의 텍스트임 |
| 2021 | 『예술과 코스모테크닉스』 | 예술과 기술의 관계 |
| 2024 | 『기계와 주권』 | AI · 생태위기 · 지정학 |
- 스티글레르 — 기억의 외부화(3차 파지)는 파르마콘임. 플라톤과 데리다의 직계임.
- 육후이는 그 계보의 다음 세대임.
- 2주차의 '기억의 외부화'가 여기서 어떻게 변형되는가 — 스티글레르는 외부화된 기억이 인간을 조건 짓는다고 함. 육후이는 한 걸음 더 감. 외부화된 기억이 스스로를 조건 짓는다(= 재귀성).
- 오늘의 사례 — 우리가 쓴 글이 학습 데이터가 되고, 그 모델의 출력이 다시 인터넷을 채우고, 그것이 다음 모델의 학습 데이터가 됨.
03이 책이 어떤 책인가
- Recursivity and Contingency, Rowman & Littlefield International, 2019. Media Philosophy 총서.
- 서문은 하워드 케이길이 씀. 헌사는 "For Julien". 탈고는 2018년 여름 베를린.
- 국역은 육후이 『재귀성과 우연성』, 새물결, 2023.
- 이 책은 기술철학 3부작의 세 번째이며, 그 순서는 "대상 → 코스모스 → 체계"임.
- 즉 『디지털적 대상의 존재에 대하여』 → 『중국에서의 기술에 관한 물음』 → 『재귀성과 우연성』임.
- 주의 — 흔히 말하는 "『재귀성과 우연성』 → 『예술과 코스모테크닉스』 → 『기계와 주권』" 3부작은 이후에 형성된 다른 계열임.
- 저자는 이 책을 "니덤의 유령들이라 불러도 좋았을 책"이라고 씀 — 조지프 니덤의 유기체론이 책 전체의 숨은 축임.
하이데거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현재의 기술 패러다임을 넘어
'다중적 코스모테크닉스'로 나아갈 길을 제안함.
5장 44절 구조 — 우리가 읽는 곳은 서론임
| 장 | 제목 | 무엇을 하는가 | 쪽 |
|---|---|---|---|
| 서론 | 사이키델릭 생성 §1~§8 | 유기적인 것 = 철학의 새 조건. 오늘 읽기 범위 | 1~40 |
| 1 | 자연과 재귀성 §9~§15 | 칸트의 반성적 판단력 → 셸링 자연철학 → 20세기 유기체론·가이아 | 41~84 |
| 2 | 논리와 우연성 §16~§24 | 헤겔의 반성 논리가 사이버네틱스로 기계화됨. 위너·괴델·튜링·베이트슨 | 85~144 |
| 3 | 조직된 무기물 §25~§31 | 유기체론 → 기관학. 캉길렘 「기계와 유기체」, 베르그송 | 145~184 |
| 4 | 무기물을 조직하기 §32~§38 | 시몽동·스티글레르의 개체화. 3차 파지와 예선점 | 185~232 |
| 5 | 남아 있는 비인간 §39~§44 | 리오타르의 비인간, 기술다양성, 코스모테크닉스 | 233~278 |
- 칸트 『세계시민적 관점에서 본 보편사의 이념』 — "인류 역사 전체는 자연의 숨은 계획의 완성으로 볼 수 있다."
- 하이데거 『숙고』 — "'유기체'와 '유기적인 것'이 성장의 영역, 곧 '자연'에 대한 근대의 기계적-기술적 '승리'로 제시된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아직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04재귀성의 세 단계
- 프로그래밍의 재귀 함수가 자기 자신을 호출함. 기저 조건이 있으면 멈춤. 12주차에서 배웠음.
- 사이버네틱스의 피드백 출력 → 측정 → 입력으로 되먹임 → 조절. 온도조절기가 그러함. 여기서는 멈추는 게 목적이 아니라 유지가 목적임.
- 육후이의 재귀성 ②를 존재론으로 확장함. 자기 출력을 입력으로 받아 스스로를 변형하며 지속하는 운동임. 단순한 반복이 아님. 되돌아올 때마다 달라짐. 그리고 우연을 만나면 그것을 흡수해 자기를 다시 짬.
그것은 자기를 규정하기 위해 자기에게로 되돌아오는 순환 운동을 특징으로 하며,
그 모든 운동은 우연에 열려 있고,
그 우연이 다시 그 운동의 단독성을 규정함."
재귀성의 정의 안에 우연성이 이미 박혀 있음. 이것이 책 제목이 둘을 나란히 놓은 이유임.
- 나무는 자람. 자란 만큼 그림자가 생기고, 그림자가 다시 자람에 영향을 줌.
- 바람이 불면(우연) 가지가 휨. 휜 채로 계속 자람.
- → 우연이 형태의 일부가 됨. 나무는 우연을 제거하지 않고 흡수함.
- 근대 기계는 이렇게 작동하지 못했음. 그런데 사이버네틱스 이후의 기계는 이렇게 작동하기 시작했음.
- 엘리베이터나 피팅룸의 마주 보는 거울 — 상이 무한히 이어짐.
- 컴퓨터과학에서는 재귀 알고리즘의 상징이지만, 철학에서는 자기반성·성찰의 은유임.
- 어원이 그것을 증명함 — 사변적(speculative)은 라틴어 speculum(거울)에서 왔음.
- 헤겔 — 의식은 홀로 자기를 알 수 없음. 외부 사물과의 관계 속에서만 자기를 드러냄. 의식은 되돌아옴으로써 자기가 됨. → 3주차 헤겔이 여기서 회수됨.
- 키틀러의 재귀 — 구조적 자기지시. 정적임. 도서관의 목록, 데이터베이스의 스키마.
- 육후이의 재귀성 — 우연을 흡수하며 변형되는 운동. 동적임.
- → 차이는 '우연'의 자리에 있음. 그래서 다음 절이 우연성임.
05나선 · 영혼 · 기억
육후이가 재귀성 정의에 곧바로 덧붙이는 이미지는 원이 아니라 나선임.
자기를 규정함
- 매 회전이 지난 회전들에 의해 부분적으로 규정되면서 앞으로 나아감.
- 그리고 그는 이 나선을 영혼(soul)이라 부름 — "영혼이란 자기를 알고 자기를 규정하기 위해 자기에게로 되돌아오는 능력."
- 자기를 떠날 때마다 반성이 흔적으로 실현되는데, 그 흔적을 우리는 기억이라 부름.
플라톤이 걱정한 외부화된 기억이, 육후이에게는 재귀 운동이 남기는 흔적 그 자체임. 기억은 재귀의 부산물이 아니라 재귀의 증거임.
- 플라톤 『티마이오스』가 영혼을 원(circle)으로 구성함으로써 존재와 생성의 대립을 처음 해소했음.
- 아리스토텔레스는 재귀성을 이해하지 못했음 — "사유에는 멈춤이 있으므로 영혼은 원운동일 수 없다"고 플라톤을 비판했음. 육후이 — "아리스토텔레스는 영혼이 구조이자 동시에 작동이라는 것을 보지 못했다."
-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론 = "모나드의 일원론 + 거울의 재귀성"임.
06우연성이란 무엇인가
필연
necessity- 반드시 그래야 하는 것
- 삼각형의 내각 합은 180도
무작위
randomness- 아무 이유 없이 아무렇게나
- 주사위
우연
contingency- 그럴 수도 있었고 아닐 수도 있었던 것
- 이유는 있으나 필연은 아님
재귀적 체계는 우연을 제거하지 않음. 우연을 조건으로 삼아 스스로를 재조직함. 오히려 우연이 없으면 체계는 성장하지 못함.
- 아우토마톤 — 늘 하던 대로 아침에 나가 카페에 들르는 일. '자동적'인 것.
- 튀케 — 오래전 돈 빌려 간 친구를 길에서 마주치는 일. '운·요행'.
- 둘 다 우연이지만 성격이 다름. 그리고 둘 다 개연성 높은 사건들의 준안정 안에 있음.
- 2014년 3월, 239명과 함께 사라졌고 원인이 확정되지 않았음.
- "예상되지 않았는데 일어났다. 일어날 수 있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 개연성 높은 사건의 집합에 속하지 않음 — "미리 알았더라면 아무도 그 비행기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
- → 정리하면 확률로 다룰 수 있는 우연과 확률 바깥의 우연은 다름.
07운동의 세 유형
육후이는 우연을 태도가 아니라 운동의 종류로 나눔. 서론 §3, 원서 pp.13~14. 이 표가 오늘 AI 논의의 실제 도구임.
| 운동 | 형태 | 목적 | 우연은 무엇인가 |
|---|---|---|---|
| ① 선형 기계 운동 | A→B→C→D | 미리 정해져 있음 | 오차(error). 톱니가 닳으면 D가 산출되지 않음 |
| ② 비선형 + 정해진 목적 | A→B→A'→B'→C | 미리 정해져 있음 | 성능 향상을 위해 요구됨. 육후이가 직접 든 예가 "기계학습에서 잡음의 도입"임 |
| ③ 비선형 + 자기목적 | A→B→C→A | 정해져 있지 않음 | 우연에 따라 방향 자체가 바뀜. 예 — 유기체의 진화 |
- ②도 언젠가 멈춤. 자원을 다 쓰기 때문임.
- ③도 멈춤. 그러나 오차 때문이 아니라 네겐트로피의 한계 때문임.
- 자기목적이란 결과가 아직 완전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뜻이며, 목적 자체가 상황적이라는 뜻임.
- 육후이가 못 박는 말 — "우연을 양상논리의 범주가 아니라 기능적 필연성으로 볼 것. 단순 가능성으로 보지 않는 한, 우연은 추상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기능적인 것이다."
- 확률 알고리즘은 매번 실행할 때마다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음. 무작위로 경로를 골라 반복하며 답에 접근함.
- 라스베이거스 알고리즘 — 답은 항상 정확함. 다만 걸리는 시간이 확률적임.
- 몬테카를로 알고리즘 — 시간은 고정임. 다만 답의 정확성이 확률적임.
- 철학적 함의 — 무작위성이 비효율의 원인이 아니라 효율의 원천이 됨. "우연을 넣었더니 더 잘 찾음" — 이것이 육후이의 테제에 대한 공학적 방증임.
| 흡수한다는 근거 | 제거한다는 근거 |
|---|---|
| 확률적 샘플링을 0으로 두면 출력이 단조로워지고 무너짐 | 손실 함수 최소화는 곧 오차 제거가 목표임 |
| 데이터의 잡음이 오히려 일반화 성능을 도움 | 이상치 제거는 표준 전처리임 → 6주차 아도르노의 비동일자가 여기서 삭제됨 |
| 강화학습은 탐색 없이는 학습하지 못함 | 정렬은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작업임 |
답은 갈림. 그리고 갈리는 이유가 답임. 같은 시스템이 층위에 따라 우연을 흡수하기도 하고 제거하기도 함 — 추론 시점에서는 흡수하고(샘플링), 학습 시점에서는 제거함(손실 최소화). 그렇다면 "AI는 우연에 열려 있는가"라는 질문 자체를 층위별로 다시 써야 함.
08알고리즘적 우연성
원서 §24 「계산불가능성과 알고리즘적 우연성」, pp.140~143.
- 출발 명제 — "사이버네틱스에서 미지의 것은 이미 알려진 것을 통해 구성될 수 있다. 블랙박스도 시행착오로 근사할 수 있다." 그래서 재귀성은 일차적으로 합리성에 관한 문제임.
- 그렇다면 진짜 위협은 무엇인가 — "재귀적으로 열거 가능하지 않은 것, 즉 결정불가능성. 이것이 어떤 계산 체계에도 가해지는 우연의 유일한 위협이다."
- "어떤 수가 재귀적으로 열거 가능하면 계산 가능하다는 뜻이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알고리즘적 우연성을 갖는다. 알고리즘적 우연성은 압축 불가능할 때, 곧 계산 불가능할 때 도래한다."
- 배경은 콜모고로프·차이틴의 알고리즘 정보이론임 — 어떤 수를 표현하는 재귀 알고리즘은 그 수 자체보다 짧아야 함. 알고리즘 압축의 원리임.
- → 가장 쉬운 번역 — "줄여 쓸 수 없는 것이 우연임." 요약되지 않는 것, 압축되지 않는 것.
- 그리고 이것은 "모델이 데이터를 압축한다"는 표현과 정확히 같은 층위의 말임. 압축에 실패하는 자리가 우연의 자리임.
"그런 우연성은 또 다른 루프로의 도약으로 기능하여 결국 그 루프에 흡수될 수 있으며, 그 루프는 지성적 삶의 더 높은 역량(복잡성)에 자리 잡는다 — 즉 사유."
- 육후이 — "사이버네틱 피드백은 등결과성을 허용한다. 즉 개별 상황에 따라 다른 경로로 같은 목적에 도달하는 것을 허용한다. 그러나 의지가 합리성과 긴장 관계에 있는 진정한 자기목적은 허용하지 않는다."
- 등결과성 = 길은 여러 개, 목적지는 하나.
- 자기목적 = 목적지 자체가 도중에 바뀜.
- → AI에 적용하면 — 손실 함수는 고정되어 있고 경로만 여럿임. AI는 등결과적이지 자기목적적이지 않음. 그렇다면 07절의 ②유형에 머문다는 뜻임.
- ③유형(자기목적)으로 가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 오늘 최고 난이도의 물음임.
- 외부화된 것이 피드백의 논리를 넘어서면서 써먹을 수 없는 우연을 산출하는 경우임. 변증법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는 경우.
- 육후이 — "실패와 파국은 우리를 이전 체계가 통합할 수 없는 더 넓은 실재로 이끌고, 다른 체계의 발견을 강제한다."
- → 이것이 12주차 '모델 붕괴'의 철학적 이름임.
- 육후이가 명시적으로 반대하는 것 — 모든 존재자를 알고리즘으로 환원하는 것임.
09코스모테크닉스 — 기술은 하나가 아님
하이데거에 대한 응답
- 7주차에서 하이데거는 게슈텔을 말했음. 현대 기술은 모든 것을 부품으로 세워둠.
- 하이데거는 이것을 기술의 본질이라 했음 — 하나의 기술, 하나의 운명.
- 육후이의 반문 — "어느 기술의 본질인가. 누구의 우주론에서 나온 기술인가."
- "사이버네틱스가 형이상학의 역사적 완성이며 철학의 종말"이라는 주장임. 게슈텔은 그 명제의 한 부분일 뿐임.
- 하이데거 — 사이버네틱스에서 형이상학이 완성되었음 → 철학은 끝났음.
- 육후이 — 끝난 것은 하나의 코스모테크닉스일 뿐임 → 다른 시작들이 있음.
기술은 보편적 도구가 아님.
어떤 세계관 속에서 태어난 것임.
그러므로 기술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임.
- 요리사의 칼 / 외과의의 메스 / 무사의 검.
- 같은 금속, 같은 날. 그런데 그것이 무엇인지는 그것이 속한 세계가 정함.
- 검에는 예법이 있고, 메스에는 서약이 있고, 식칼에는 레시피가 있음. 같은 날붙이인데 다루는 규범이 전혀 다름.
- → 기술도 그러함. AI는 어디서나 같은 AI인가.
| 전통 | 기술과 자연의 관계 |
|---|---|
| 그리스 | 테크네는 자연을 모방하거나 완성함 → 자연/기술의 구분이 뚜렷함 |
| 중국 | 道와 器의 관계. 기술은 도(우주적 질서)를 구현하는 것 → 자연/기술의 경계가 다르게 그어짐 |
그러므로 하이데거의 '기술의 본질'은 그리스-유럽적 우주론에 매인 진단임.
원전이 덧붙이는 두 규정
- 제3의 자연 제1의 자연(낭만주의적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음 — "산업혁명 이래 자연은 이미 존재하기를 그쳤을지도 모른다." 제2의 자연(모든 존재가 부품이 되는 자연)도 거부함. → 그래서 제3의 자연이 필요하고, 그것이 코스모테크닉스에 새겨짐.
- 원기술(Urtechnik) "인간 역사에 자연에서 기술로 가는 선형적 시간 발전은 없다. 오히려 원기술이 있으며, 나는 그것을 코스모테크닉스라 부른다." → 코스모테크닉스는 여러 기술 중 하나가 아니라, 기술이 애초에 존재하는 방식임.
- "진화는 다양성이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생물학이 이미 가르쳐 주었듯 진화는 공진화로 이해되어야 한다."
- 생물다양성처럼 기술에도 다양성이 필요하고, 사유에도 다양성(노오다양성)이 필요함.
- 경고 — 자연선택이 아니라 인위선택이 집단에 적용되면 기술다양성이 축소되고 결국 소멸함. 그리고 노오다양성도 함께 사라짐.
가치를 더 얹는 것만으로는 기술의 경향을 바꿀 수 없음.
대신 우리는 미래의 기술 발전을 위한 새로운 틀을 제공해야 하며,
그래야 종말론적 특이점이 아니라 기술다양성에 기초한 새로운 지정학이 출현할 수 있음.
이것이 코스모테크닉스가 정치적 개념인 이유임."
10두 이미지의 사이버네틱스
육후이는 책을 닫으면서 사이버네틱스를 두 이미지로 정리함. 오늘 배운 것이 전부 여기 모임. 원서 §44, p.273.
| 쟁점 | 환원주의적 이미지 | 비환원주의적 이미지 |
|---|---|---|
| 유기체를 | 피드백 체계로 환원함. 모방임 | 발생(genesis)으로 봄. 시몽동의 일반 알라그마틱 |
| 예측을 | 모든 환원은 예측을 겨냥하고, 모든 예측은 결정론임 | 기술결정론을 넘어서려 함 |
| 우연을 | 계산으로 흡수함 | 계산으로 환원하지 않고 열어 둠 |
| 목적을 | 목적의 경제 — 정해진 목적 | 자기목적 · 신목적론을 승인함 |
| 누가 보는가 | 기술공포증자가 보는 사이버네틱스 | 시몽동이 본 사이버네틱스 |
- "20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었던 유기체론적 인식론이 실천에서 자연화되면서, 유기체적이기는커녕 기계적인 것이 되고 말았다 — 재귀 기계로 'Hello, World'를 출력하는 프로그램을 짜는 것처럼."
- 그리고 지금 어느 쪽인가 — "감시·사회신용·빅데이터 분석 같은 3차 파지와 3차 예지를 통한 통제가 첫 번째 길을 가고 있으며, 재귀 기계들이 개인을 계산의 구성요소로 통합하고 있다."
- → 들뢰즈의 통제사회가 디지털 시대에 완전히 실현된 형태임.
- → 오늘의 한 문장 결론 — "유기체론적 기계를 기계론적으로 쓰고 있음."
- 얕은 답 — 한국어 데이터 + 한국 문화 학습 = 한국적 AI? → 이것은 지역화이지 코스모테크닉스가 아님. 같은 구조에 한국어를 넣은 것일 뿐임.
- 깊은 답 — 한국의 어떤 우주론·도덕이 다른 기술적 상상을 낳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아키텍처 수준에서 무엇을 바꾸는가.
- 더 어려운 답 — 그런 것이 실제로 있는가. 아니면 상표에 불과한가.
- 비판적 답 — '소버린 AI' 담론은 코스모테크닉스인가, 아니면 국민국가라는 거대기계의 자기 확장인가.
- 참고 — 육후이는 최근 저작에서 국민국가를 '거대기계'라 부르며 AI의 행성적 효과를 통치할 수 없다고 비판함. 대안으로 지역적 코스모테크닉스가 지구적 거버넌스에 정보를 주는 탈중심 네트워크를 제안함. → 13주차 플루서의 망형이 여기서 정치 이론이 됨.
11포스트휴먼
심혜련(2024) II부 1장 3절 「디지털 자아의 혼종된 정체성」 pp.166~175 + 4절 「휴먼에서 포스트 휴먼으로」 pp.176~180.
여기-몸
here-body- 물리적 실재 공간에 있는 몸
이미지-몸
image-body- 가상화된 몸임
- 그러나 '여기-몸'을 떠나서는 불가능함 — 매체 공간은 언제나 육체적 실재 공간 안에 있기 때문임
가상은 물질 위에 얹혀 있음. 14주차 마지막 물음 — "실시간으로 응답하는 챗봇은 어디에 있는가" — 이 여기서 답을 얻음.
- 매체 공간에서는 현실과 다른 젠더 경험이 가능함. 또 다른 체험과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혹적임.
- "그런데 이 매혹의 공간에는 치명적인 독도 있음." 현실에서 가능한 추행·폭력·혐오가 여기서도 가능함. 더 나쁜 것은 그것이 더 쉽고 더 비밀스럽게 일어난다는 점임.
- → 2주차 파르마콘이 학기 내내 몇 번째 반복인지 세어 볼 것.
- 심혜련 — 포스트휴먼은 혼종화된 인간임. 인간의 진화된 형태임. 혼종화의 귀결로 봄.
- 육후이 — 포스트휴먼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봄. 인간을 향상시키는 문제가 아니라, 기술이 어떤 우주론 위에 서 있는지를 다시 묻는 문제임.
12오토포이에시스
변정수(2025) 3부 8장 「엔트로피와 오토포이에시스」. 육후이의 세 개념이 각각 하나씩 대응함.
- 엔트로피는 무질서로 흩어짐임. 어원은 그리스어 엔트레페인(방향을 돌리다) → 과학에서 '무질서로의 전환'이 됨.
- 네겐트로피는 그에 저항해 질서를 만드는 것임.
- 자기생산. 체계가 스스로를 계속 만들어내며 유지하는 것임.
- 마투라나·바렐라 — "오토포이에시스 체계의 가장 놀라운 특성은 그것이 자기 자신의 힘으로 생겨나 자기 자신의 운동으로 환경에서 분리된다는 점이다."
- 쉽게 — 자동차는 스스로를 못 만들고, 세포는 스스로를 만듦.
-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 — 생명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는 과정임. 오토포이에시스보다 더 동적임(자기유지를 넘어 새로움의 창출).
- 웍스퀼의 환경세계 — 생명체는 환경에 반응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함. 초점이 자기구성이 아니라 의미화에 있음.
- 루만의 사회체계론 — 사회도 오토포이에시스적임. 의사소통을 통해 가능성을 줄이며 복잡성을 관리함. → 13주차 플루서의 "부정의 엔트로피"와 같은 말임.
| 조건 | 그렇다 | 아니다 |
|---|---|---|
| 자기 생산 | 자기 출력으로 재학습함 | 스스로 전력을 얻지 못함. 인간이 훈련시킴 |
| 경계 유지 | 모델이 자기 분포를 유지함 | 경계를 누가 정하는가 — 개발자임 |
| 엔트로피 저항 | 무질서한 데이터에서 질서를 뽑아냄 | 자기 출력으로 학습하면 무너짐(모델 붕괴, 12주차) |
마지막 줄이 결정적임. 오토포이에시스는 자기 생산으로 유지되는데, AI는 자기 생산으로 무너짐. 세포는 자기를 먹고 살고, 모델은 자기를 먹으면 죽음. 그리고 이것의 원전 용어가 §24의 알고리즘적 파국임.
- 재귀는 도는데, 우연을 새로 받지 못하면(우연성) 붕괴함.
- 그 우연은 바깥에서 옴 — 사람이 쓴 새 글, 새 사진, 새 데이터.
- → AI의 지속 조건은 AI 바깥에 있음.
- 그렇다면 — AI는 살아 있는 체계인가, 기생적 체계인가.
13학기를 닫으며
이번 주 개념 다섯
- 재귀성 자기를 규정하기 위해 자기에게로 되돌아오는 운동. 그리고 그 운동은 우연에 열려 있음.
- 우연성의 세 유형 오차 → 요구됨 → 방향 자체가 바뀜.
- 알고리즘적 우연성 줄여 쓸 수 없는 것이 우연임. 압축에 실패하는 자리.
- 등결과성 vs 자기목적 길은 여럿이고 목적지는 하나인 것과, 목적지 자체가 바뀌는 것.
- 코스모테크닉스 기술은 우주론과 도덕의 통일임. 기술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임.
흔한 오해 셋
- 교정 — 훨씬 넓은 개념임. 우연을 흡수하며 스스로를 변형하는 운동임.
- 프로그래밍의 재귀는 기저 조건에서 멈추지만, 육후이의 재귀성은 매번 달라지며 지속함.
- 교정 — 우연은 이유는 있으나 필연은 아닌 것임.
- 그리고 육후이에게 우연은 양상논리의 범주가 아니라 기능적 필연성임.
- 교정 — 아님. 육후이는 문화 본질주의를 경계함.
- 제1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제3의 자연을 만드는 것임. 그리고 이것은 정치적 개념임.
토론 질문
- AI는 우연을 흡수하며 성장하는 체계인가, 우연을 제거하는 체계인가.
층위를 나눠서 답할 것. 학습 시점과 추론 시점이 다른가. - 12주차 키틀러의 재귀와 육후이의 재귀성은 같은 개념인가.
차이가 '우연'의 자리에 있다면, 그 차이는 결정적인가. - '한국적 AI'라는 말이 가능한가.
지역화와 코스모테크닉스는 어떻게 다른가. '소버린 AI'는 어느 쪽인가. - AI는 오토포이에시스적 체계인가, 기생적 체계인가.
자기 출력으로 학습하면 무너진다는 사실은 무엇을 뜻하는가. - "AI에 윤리를 덧붙이는 것으로는 기술의 경향을 바꿀 수 없다"는 주장에 동의하는가.
동의한다면 새로운 틀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동의하지 않는다면 왜인가. - 재귀적 시스템은 자유로운가.
변정수 3부 7장 「유전자 알고리즘과 자유의지 혹은 결정론」과 함께 읽을 것.
- "알고리즘의 예측불가능성은 자유인가, 결정론적 카오스인가."
- 오늘의 우연성 논의가 그 질문의 준비였음.
- 그리고 1주차의 문장으로 돌아감 — "매체는 자기부정의 방식으로 기여함."
- 15주 동안 배운 것은 철학사가 아니라 물음의 형식임. 새 매체가 나올 때마다 다시 쓸 수 있는 형식.
14참고자료
이번 주 읽기
- 필독 육후이 (2023). 『재귀성과 우연성』. 새물결 — 서론 「사이키델릭 생성」 §1~§3 원서 pp.1~16. 통독 아님
- C 심혜련 (2024). 『21세기의 매체철학』 — II부 1장 3절 pp.166~175 + 4절 pp.176~180
- D 변정수 (2025). 『알고리즘으로 철학하기』 — 3부 3장 + 3부 8장 + 3부 9장
원전 — 강의에 직접 쓴 절
- Yuk Hui, Recursivity and Contingency (Rowman & Littlefield International, 2019), 337pp.
- §1 재귀성 정의 p.4 · §3 우연성과 운동의 세 유형 pp.12~16
- §24 계산불가능성과 알고리즘적 우연성 pp.140~143 · §44 두 이미지의 사이버네틱스와 코스모테크닉스 pp.270~277
학부 진입로 — 여기서 시작할 것
- 대학지성 In&Out 「육후이의 기술철학과 새로운 시대의 전망」(2024.8) 본인이 직접 설명함
- 광주비엔날레 인터뷰 「기술적 특이점 vs. 도교적 로봇」
배경
- 육후이 (2016). 『중국에서의 기술에 관한 물음: 코스모테크닉스 시론』 요지만
- 베르나르 스티글레르. 『기술과 시간』 1권 — 3차 파지
- 마투라나·바렐라. 『앎의 나무』 오토포이에시스 입문서. 학부생도 읽음
- 에르빈 슈뢰딩거. 『생명이란 무엇인가』 네겐트로피의 원천
-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괴델, 에셔, 바흐』 자기참조의 고전. 발췌만
학기를 되짚어 볼 것
- 1주차 — 매체의 개념과 매체론의 계보
오늘의 종합이 1주차의 세 축과 매체의 부정성으로 되돌아감. - 전체 주차 목록 보기